42서울 피신 회고
October 18, 2022
C가 왜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
자바스크립트로 처음 코드를 배웠기 때문에 동적이고, 유연한 프로토타입 기반의 언어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코드를 작성하면 언어가, 컴파일러가 알아서 다 해주니까, 따로 신경써본 적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그 블랙박스 내의 동작은 내가 상상해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잘 작성되었고, 빠르고 인기가 많은” 라이브러리들을 찾아 거기서 제공해주는 API를 매뉴얼대로 작성하는 것이 전부였다.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이 들었고 이대로 괜찮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늘 있었지만 정작 나 스스로 블랙박스를 열어볼 용기와 인내는 없었던 것 같다.
운이 좋게도 피신 과정을 진행하며 C의 Array를 다뤄보았는데, 그 과정에서 언어가 컴퓨터에 어떤 방식으로 자료를 입출력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피신 전에는 부끄럽게도 Array가 List와 같은 것을 말하는 다른 단어인 줄 알고 있었다.
내가 작성한 코드를 남에게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 #
42 과정은 컴퓨터 과학 로드맵을 과제로서 제시해주고 동료 평가라는 방식으로 과제를 해결해나간다. 과제를 해결하면, 동료가 옆 자리에 와서 코드 리뷰를 해주고, 점수를 부여해준다. 작성한 코드를 잘 설명하지 못하면, 평가자는 본인이 쓴 코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실패를 줄 수도 있다.
나는 그 동안 거의 혼자서 코드를 작성했었고 다른 사람에게 내 코드를 설명하고, 평가받을 일이 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힘들었지만 진행되며 이런 방식이 내 학습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몸소 실감할 수 있었다.
내가 풀고있는 문제를 본인의 문제처럼 고민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주시는 고마운 분도 있었고, 내가 모르고 있던 지식을 설명해주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시는 분도 있었다. 그런 식으로 동료가 전달해주는 지식도 좋았지만, 정말 좋았던 것은 머릿 속으로만 굴리던 코드 흐름을 입 밖으로 내면서 코드와 내 복잡한 머릿 속이 정돈되는 느낌을 받았다.
설명할 수 없으면 알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앞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로서 설명할 기회가 잘 없다고 하더라도, 배운 것을 글로써 출력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느꼈다.
세상에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 #
전공자는 잘하고, 비전공자는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못한다는 변명을 나도 모르게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 평가를 다니며 느낀 것은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설명을 들으며 이 사람은 머리가 정말 좋구나, 이 사람은 엄청 성실하구나,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나 자신이 많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지금 잘하진 않더라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분들도 많았다. 점수로 본 과정의 당락이 결정되는데도 진도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잘 모르는 것은 깊이 있게 알고 넘어가려는 자세를 가진 분을 보면 앞으로 엄청 잘하게 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점 #
과정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지만, 코로나에 걸려서 너무 아쉬웠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더 재밌을 수 있었을텐데.